11/13-14 올만에 올라본 지리산
일행이 후미로 쳐지는 바람에 장터목대피소의 아침 일출은 놓치고 이미 햇살은 퍼질대로 다 퍼진상태다.
그래도 나름 운치있는 한컷을 잡아보고
찌푸둥한 날씨에 세찬바람은 그리 운치있는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는듯 싶다.
한켠엔 빙화가 현재온도를 나타내주고.
그 세찬 바람뒤로하고
천왕봉을 향해 길을 재촉한다.
예전엔 헉헉~거렸다면 ..
지금은 다리에 힘이 많이 빠졌다는 느낌이 다가온다.
유난히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에
어린 억새같은 풀들을 요란하게 흔들어대고 있다.
어떤환경에도 어떤계절에도 늘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오는 지리산.
오늘도 그 아련한 품속에
말못할 그리움들이 쏟아진다.
이제 또다시 올 기회가 있을련가?
늘 마지막 같은 모습으로 눈여겨 바라본다.
생명이란 참 고귀하고 강한것....
나무에 붙어사는 이끼도 아직은 파란모습으로 아침햇살에 빛난다.
고난의 흔적을 말해주듯... 바람에 휘어진 자태들을 바라보며 나의 모습을 뒤돌아본다.
멀리 천왕봉이 보이고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해본다.
아름다움을 볼줄알고 느끼며 호흡해가는 멋진 사람들....그안에 사람도 하나의 꽃이어라.
수 많은 바람의 노래가 오갔던 흔적속에
이젠 하얀 백발이 되어 우리를 반긴다.
천왕봉의 마지막 고비를 올라서고 사람들로 붐비는 정상을 뒤로하고
중산리길로 내려선다.
늘 그리움같은 모습이...
힘든여정을 위로하고
포근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이 가을을 보낸다.
마지막 향연을 벌이듯..
단풍은 아랫녂까지 곱게 내려왔있고.
저멀리 보이는 천왕봉은 거기서 왔음을 증명한다.
유난히 시리고 아픈 이가을... 꽃잎같은 여린상처도
이제 하나둘씩 추스려야할 때가 온듯 하다.
아직 누군가의 양식이 되지못한채 덩그러니 혼자남아 있는 감 한개는 누구의 차지가 되려나?
고통도, 슬픔도, 기쁨도 아닌 그저 그런표정의 장승이 꼭 내모습을 말하는듯 하다.
늘 그러하듯 동행은 나만의 종주가 아니다... 누군가 넘어지면 함께 걸어오는것이다.
오늘도 그 무리속에 나를 뒤돌아보며, 또 한번 거울속에 서 보는 하루였다.
어머니같은 포근한 지리산.. 결코 쉽지않은 발걸음이었기에 한동안은 행복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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