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3/02 경칩을 3일 앞두고 경기 제1봉 화악산에 오르다
겨울산행치고는 넘 늦은 12시경 38교를 들머리로 산행시작이다.
고도가 높은 만큼 아래서는 거의 눈을 보기 어려웠으나 오를수록 쌓여만 있는 눈은 올해의 마지막 설경이 되리라.
지난 가을의 낙엽들은 떠나지못한 사연을 안은채 차거운 냉기와 눈보라에 얼어붙어 시간을 정지시키고 있다.
시리다 못해 날이 선 모습으로 가지마다 얼어붙은 하얀 눈발은 그 매서움을 잘 말해주고 있다.
넘 늦은 출발로 지름길를 택하고 올라선 길이 결국은 길아닌 길을 만들고 쌓인눈을 뚫고 나아간다
겨우 등산로를 들어서 정상부를 약500m 남겨 놓을즈음 하늘은 잿빛속에 숨어있고,
세상은 정지한듯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미 시간은 16시를 넘어서고
16:30 겨우 중봉에 다다른다.
이미 시야는 가려진지 오래 보이는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서둘러 적목리 가림 방향으로 길을 잡고 하산을 서두른다.
힘들게 왔건만 그저 흘린땀만 있을뿐.
아쉬운 발걸음에 그래도 내림길에 한숨의 여유로움에사방을 두리번 거린다.
인고의 시간을 견디고
인고의 세월을 지나온 겨울나무들의 지난 세월을 훔쳐본다.
그 냉혹함은 거대한 바위 마저도 꽁꽁 묶어놓고 있었다.
하루종일 보이지 않던 햇님이 잿빛 사이로 숨박꼭질을 하며 간혹 얼굴을 내민다.
시간일 지날수록 붉게 물들어가는 하늘속에
얼어붙은 눈꽃들이 반짝이기 시작한다.
바람에 깍인 눈보라는 이쁜 여인내의 모습으로 길게 드리워져 그 자태를 뽑낸다
눈꽃에 갇힌 작은 가지들은
마치 산호초 처럼 한들거리며
작은 바람에 눈가루를 털어내며 그 존재감을 드러낸다.
제법 하늘이 붉어질 무렵 순백색은 수줍은듯 물들어가고 어둠은 짖어간다.
이젠 눈꽃은 사라지고 하늘 높은곳 머물던 햇님은 이제 제모습으로 돌아와
앙상한 가지사이로 파고든다.
이제 해는 뉘엿뉘엿
산등성을 얼마 남기지 않고 서서히 내려가고 있다.
얼어붙었던 마음만큼이나.
붉은 저녁노을에 포근함을 느끼며,산등성을 넘어가는 해를 배웅한다.
19.00 숨가팠던 7시간의 산행을 마치고, 날은 이미 어둠속에 묻혔다.
비가 오나 눈이오나 나의 소관을 내세우지 않으면서.
화악산에서 하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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