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 금화산-보개산-고대산을 가다
01/20 체감온도 -15라는 말에 최정방임을 감안하고 중무장한채 나섰지만 예보와는 달리 제법 따스한 햇살아래 무장해제로 시작됐다.
겨울바람 쌩~ 하니 불어와 앉아줄 이도 없건만 그 자리를 지키는 빈의자 이것도 하나의 생명력없는 삶이려니 생각된다.
여유로움은 또 다른 발견을 한다.
전방의 고지답게 매서운 한기는 온누리에 퍼진 가운데
앙상한 모습을 드러낸 벌거벗은 고대봉의 모습이다.
그 좌우로 쭉 뻗은 능선들.....
동질이면서도 이질감속에 머무는 우리의 현실이 마냥 아름답게만 느껴지지 않는다.
노랗게 물들었던 철원평야가 바람도 거칠것 없듯이.오늘은 횡~하니 빈 허공을 그저 훨훨 날아보고픈 마음이다.
지역이 지역이니만큼 늘 더 매마른 느낌속에 보이는것 또한 군용 시설물이다.
금학산을 내려서고 다시 보개산과 고대산을 향하는 길목에
경계를 이루는 넓은 공간에 머물러 허기진 배를 채우고
숨찬 발걸음 옮겨본다.
예전엔 여기에 누군가를 모델로 세워 사진한장 찍었을 억새밭을 그냥 지나는 내가 어제와 다른 모습임을 느낀다.
겨울속에 묻혀있는 지난 가을의 흔적들을 살펴본다.
앞만 봐도 좋겠지만
가끔은 지나온 흔적들을 살펴보는것도
나를 발견하는 하나의 방법이리라.
그렇게 걷고 또 걸어.
우리가 모르는 자연의 숨결을 바라보며
우리의 편의를 위해 설치한 밧줄이 나무의 숨통을 조이듯 답답한 모습에. 구속은 얼마나 비참한 삶인지를 실감한다.
한없이 뻗은 능선들도 하나의 자유겠지....
그 사이를 길을 내어 돌고도는 것도 우리의 삶 일테고....
그래서 힘겹게 왔노라... 그리고 보고 있노라...
적어도 그 많은 생각들이 지금만은 한생각으로 한곳에 모여있다.
이제 하산길.
인생사와도 같은 자연의 섭리..
올라섰으면 내려가야할 때가 있는 이치를 생각하며.
지나왔던 금학산을 돌아보며
우리는 우리의 일상으로 돌아가야할 시간을 재촉한다.
제3의 등산로.
내가 보기엔 가장 아름다운 코스인듯 하다.
오후빛엔 내몰린 산그림자들이 계곡을 덮고 있다.
이 그림자가 온 산을 드리우기전에
우린 우리의 그림자속으로 사라져야 한다............!
이것이 시와 때 라고 하나보다.
촬영 samsung -vluu i100-
'산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북한산 둘레길(8-10구간) 시각장애인 산행 (0) | 2016.02.09 |
---|---|
몽가북계 4산종주 (0) | 2016.02.04 |
북한산 둘레길(시각장애인산행) (0) | 2016.01.17 |
방태산(시각장애인산행) (0) | 2016.01.10 |
괘방산&정동진 (0) | 2016.01.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