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야기

[스크랩] 이 겨울, 지리산 품에 안기다.(한뫼 대장님 지리산 종주) 제1일

벌거벗은나무 2009. 2. 5. 17:44

 

 

        이 겨울, 지리산 품에 안기다. 제 1 일

 

 

         지리산 종주,

         많은 인원이 걱정 반, 기대 반속에,

         뱀사골을 출발해서부터, 중산리 하산 까지

         하늘의 축복 속에,

         한겨울 속에서의 사계를 느끼며,

         그 크고도 깊은

         지리산 품속에 푹~ 파묻혔던 이틀,

 

         친구가 그랬던가. 지리산 종주를 하고나면 6개월이 행복하다고…….

         그래서 그 친구한테 ,

         너의 말이 실감나더라고, 전화 한통 날리고,

         이틀 동안 못잔 잠 충전하고,

         뱀사골부터 기억을 다시 더듬어 봅니다.

 

 

 

         뱀사골을 시작으로 어둠을 가르고 오른지 4시간쯤 지나서 어둠이 걷히고 이제 시야에 주변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나무 가지에 하얀 눈이 얼어붙은 그 모습대로 그 젊은 시절의 푸름을 대신하여 하늘을 가리고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 여린 줄기에 무거움을 지탱하며 따뜻함에 녹아내릴 인고의 시간을 견디고 있습니다.

 

 

         그러는 사이 연하천 대피소에 도착 허기진 배를 채우고 포근히 쌓여있는 주변을 둘러봅니다.

 

 

           가야할 길이 멀기에 걸음, 걸음 재촉하니, 보이는 것 마다 아득한 산이요, 하얀 잿빛입니다.

 

 

         그 속에 묻혀 하늘을 올려다보니,

         그 여린 가지의 오기를 품듯이 자기 몸의 10배를 넘는 칼같은 눈얼음을 이고 자랑스럽게 흔들리고 있는 모습을 보니

         심히 내가 나약해 보이는 이유는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발아래엔  아직 떨구지 못한 단풍잎이 마치 세월을 멈춘 듯 얼어붙어 있습니다.

          무슨 미련이 남았을까?

 

  

            약간은 심통스럽던 하늘이 뻥 뚫린 모습으로 빛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아직은 아침잠에 덜 깨어난 모습처럼 수줍은 듯 드러내는 모습이 마치 잘 그려진 한폭의 수묵화 같습니다

 

 

          단단한 바위라고 별거더냐, 세찬 바람에 몰아친 눈보라의 흔적이 여지없이 드러납니다.

 

 

            날이 밝을수록, 색깔은 분명해지고

 

 

             마치 춘 삼월의 벗꽃처럼 능선 따라 내려앉은 상고대의 모습은 따뜻한 봄을 연상시킵니다.

 

 

           겨울의 하얀 꽃……. 가냘픈 가지에 홀로피운 하얀 모습이 청순하기만 합니다.

 

 

            이제 햇빛이 능선 군데, 군데를 자르며 채색을 더하고 있습니다.

 

 

             마치 벗꽃나무 아래서, 소풍 나온 소녀처럼 열심히 찍어대는 김은재 소녀와, 이레네 학생 ,

 

 

           그 속을 벗어나 뒤돌아봅니다.

 

 

           오늘의 종착지 세석을 향하여 부지런을 떨며, 높은 이곳과 저 아래의 두 얼굴을 바라봅니다.

           자연은 이처럼 잘 구분이 가는데, 사람은 왜 구분이 안 되는지…….

           공부좀 더 해야겠습니다.

 

 

           세석에 가까워질 무렵 걸어온 자취가 넘 아름답습니다. 저 하얀 속살을 헤집고 거의 11시간은 넘게 걸었으니 말입니다.

 

 

           세석대피소에 도착, 앞에 펼쳐진 시야를 바라보며. 배낭을 내려놓습니다.

           16.30분 뱀사골을 출발한지 꼭 12시간 30분, 꿈같을 길을 걸으며, 피곤한 줄도,힘든 줄도 모르고 달려왔던 것 같습니다.

           후미는 아직 보이지 않지만…….

 

             

             맛난 저녁만찬을 즐기고, 산 너머로 일몰을 감상 하며 다시 어둠속으로 묻힙니다

 

 

 

 

 

출처 : 3050 아띠 산악회
글쓴이 : 나목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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